나는 어디 가서 영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으려 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깊고 크고 멋진 영화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미안할 정도기에 되도록이면 자기소개를 피하는 편이다. 몇 마디 말로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는 반발심도 있지만, 좀 더 솔직하게는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붙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스스로 붙일 수 없으니까. ‘서울시민’이라든가 ‘대졸자’라든가 ‘ADHD가 있다’든가 하는 그런 것들. 반면에 퀴어라든지 책(모으는 것)과 요리를 좋아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애매한 것은 그 사이의 것들이다. ‘나는 예술가인가? 모바일바다이야기 ’ 같은 것. 나는 예술가이고 싶다. 예술가라니. 낯간지럽고 거대한 말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성인이나 낭만처럼 이미 죽은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예술가이고 싶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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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영화를 공 게임릴사이트 부하는 친구와 여행을 갔다. 널찍한 거실에 침실이 딸린 좋은 곳에서 글을 쓰고 사과도 먹고 노트북을 썼다. 떠나기 전, 친구는 “여기 작업하기 좋다”고 선포했다. 공부만 해본 나에게 그 말은 너무 근사했다. 작업이라니! 나도 가끔 글을 썼고, 찍은 사진을 모아 정리하고 영상을 만들었지만, 그건 그냥 취미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시간을 지나 지금도 영화를 만 릴게임종류 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달라졌다면 스스로 예술가로 인정한다는 것. ‘이쯤이면 나도 예술가지’라는 당당함이 생겼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예술가로 머무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살아야 하는데, 내 ‘예술’로 먹고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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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다섯 패밀리 하우스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지난해 이맘때 각자 직접 쓴 ‘누구누구의 2025’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랑이: 다이어트 성공하기, 빼삐: 의젓해지기, 인간 1: 책 많이 읽기, 돈 받고 영화 찍기, 저축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인간 2: 릴게임신천지 가족사진 찍기, 책 달에 두 권 읽기, 하루에 한 번 웃기, 한강 가서 라면 먹기, 재밌게 영화 만드는 법 고민하기, 인간 3: 저축하기, 건강한 몸무게로 돌아가기,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마음일기 쓰기, 나만의 색깔 되찾기, 입봉하기
올해 초의 나는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그걸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사람들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각자의 일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행복하고, 즐겁고, 재밌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요즈음 저녁 밥상에서 우리는 이야기한다. 예술로 돈을 벌면 좋겠지만, 예술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고. 책에서 이런 구절을 봤다. “사진가가 되는 일과 사진으로 돈 버는 일은 같지 않다” 고. 그래,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그걸로 돈을 벌어야 멋진 사람이 되는 세상에서 꼭 돈이 되지 않아도 계속한다는 것만으로 멋진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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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예술가보다 예술하는 사람이고 싶은 것이고.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유가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빌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글쓰기와 영화, 사진이 모두 예술이라면 예술은 내게 자기표현의 방식이다. 그리고 내 작업에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세상을 잘 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예술가를 보고 싶다. 나만큼이나 허술한 겸업 예술가들을, 그들이 보여주는 세상을.


「 이강희
영화감독이자 글 쓰는 사람. 농촌과 지방 소도시를 거쳐 서울에 거주 중이다. 삶을 굴러가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다큐멘터리 〈모든 가족은 퀴어하다〉를 연출했다. 기자 admin@gamemong.info